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중앙홀(로툰다)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 연설에서 다시 한번 ‘미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전임 대통령과 좌중을 호명한 뒤 “미국의 황금기가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된다”(The golden age of America begins right now)라고 선언했다.
미국의 힘, 단결, 공정성 등을 강조했다. 그는 1기(2017년 1월~2021년 1월) 때 취임사에서는 ‘살육(carnage)’ 등의 거친 표현을 써가며 당시 미국 상황을 비판하고 자신의 지지 기반에 호소한 것과 달리, 이번엔 구체적인 실행 과제를 열거하고 나섰다.
통상 대통령 취임사와 달리 마치 기업인의 프리젠테이션에서 하나씩 과제를 설명하는 방식에 더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첫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 남부 국경 강화와 나서고, 물가 안정 등에 신속히 착수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미국 정부가 위기에 처해 있다”라며 “수년 동안 급진적이고 부패한 조직이 우리 시민들로부터 권력과 부를 빼앗았고, 우리 사회의 기둥은 부서져 완전히 황폐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열린 이민 정책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교도소와 정신병원에서 온 위험한 범죄자들에게 피난처와 보호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국경 방어에 나서지 않았고, 단순한 위기조차 감당할 수 없는 정부가 됐다”라며 전임 행정부를 직격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자신을 부끄러워하도록 가르치는 교육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많은 경우 우리가 그들에게 간절히 사랑함에도, 학생들에게 나라를 미워하도록 가르친다”라고도 비판했다. 또 미국 정부가 남여 두 개의 성별만을 인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은 이와 같은 문제로부터 나라를 되찾고, 미국의 쇠퇴에 대한 지금 이 순간부터 국민들에게 부와 민주주의, 자유를 돌려줘야 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행해진 선거”라고 했다. 이어 “(미국은) 자유와 국가의 영광이 더 이상 부정되지 않을 것이며 미국 정부의 청렴성, 역량, 충성심을 회복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 히스패닉과 흑인 등 유색인종의 지지가 있었다며 이들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는 한편 펜실베니아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한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아름다운 펜실베이니아 들판에서 암살자의 총알이 내 귀를 관통했지만 그때 나는 살았고,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하나님께 구원을 받았다는 걸 느꼈다”라고 밝히자 좌중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로 인해 취임연설이 잠시 중단되고 트럼프 대통령도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즉시 내릴 행정명령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이를 두고 “1월 20일은 미국의 새로운 해방일”이라며 “미국은 세계에서 다시 존경받게 되고, 모든 나라의 선망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는 즉각 미국 근로자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의 무역 시스템 점검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시민들을 부유하게 하기 위해 외국에 관세와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주권은 되찾을 것이며 안전을 회복할 것”이라면서 “악랄하고 폭력적이며 불공정한 (사법의) 무기화는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유입 문제를 불러온 멕시코와의 남부 국경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고 밝혔다.미국 남부 국경에 국가 비상 사태를 선포하고 군대를 파견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불법 입국을 막고 불법으로 국경을 넘다 적발된 모든 이민자들을 구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고사령관으로서 미국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고도 했다.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해 인플레이션을 막고, 가스와 석유를 바탕으로 제조업 국가로 다시 거듭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우리는 파내고 파낼 것이다. 미국은 다시 제조업 강국이 될 것이며 우리는 다른 어떤 제조업 강국도 가질 수 없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석유와 가스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에너지를 전 세계로 수출할 것”이라며 석유와 가스 시추를 언급했다.
그는 최근 강조해온 미국 팽창주의 기조도 재확인했다. 멕시코만의 명칭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꿀 것이라며 ‘파나마 운하’를 중국에게서 되찾겠다고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도 다시 한번 이를 언급하면서 향후 미국의 팽창주의 전략에 대해서도 국제사회가 적잖은 우려를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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