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항공사들이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축소하거나 폐쇄하고 있다. 러시아의 영공 폐쇄로 운항 거리가 길어지면서 경제성이 떨어진 데다, 경제 침체 이후 중국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여행·항공 전문 뉴스 사이트 스키프트(Skif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 4개월 동안 유럽 지역 7개 주요 항공사가 중국에서 철수했거나 항공편을 대폭 줄였다.
영국 버진애틀랜틱 항공과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항공은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영국 브리티시 항공도 런던(히드로 공항)-베이징(다싱 공항) 항공편 운항을 최근 중단했다. 또한 핀란드 항공사 핀에어는 2019년 8월까지 헬싱키발 중국행 직항 노선을 주당 42편 운항했으나 올해 8월에는 주당 3편만 운항하고 있다. 유럽 항공사들의 중국 왕복 항공편 축소의 첫 번째 이유는 러시아의 영공 폐쇄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30개국 항공사를 대상으로 자국 영공을 폐쇄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EU)의 러시아 항공기 EU 영공 진입 금지에 따른 보복 조치다. 러시아 영공이 폐쇄되면서 유럽 항공기들은 러시아 영공을 피해 터키와 카자흐스탄을 우회하느라 비행시간이 최대 3시간 이상 늘어나게 됐다. 반면, 중국 항공사들은 여전히 러시아 영공을 지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아졌다.
중국 경제가 침체하면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중국인들이 줄어들었고, 국제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중국으로 입국하는 외국인 역시 감소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전인 2019년의 연간 외국인 관광객은 4910만 명이었으나 올해 1~7월 중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725만 명이었다. 아직 올해가 5개월 남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2019년 대비 관광객 감소 폭이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 항공사는 베이징행 항공편의 승객 탑승률이 55%에 머물자 이를 취소하고 승객 탑승률이 90%가 넘는 남아공 케이프타운행 항공편을 증편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항공 서비스 기업인 아시안 스카이 그룹의 데니스 라우 이사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과 유럽 항공사들이 국경 간 운송 등 수익성에 따라 대서양 노선의 항공기 배치를 변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소 데이비드 바흐 소장은 SCMP에 “서방 항공사의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은 상당 부분 비즈니스 수요를 포함한다”며 “중국 경제가 약화하면서 외국인의 중국 유입 역시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여행업계들은 이와 반대되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8월 중국에 기반을 둔 여행 대기업 트립닷컴은 작년 중국의 기업 부문 여행 시장이 39.2% 성장했으며 올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중국에서 영업하는 6개 국제 호텔 체인은 2분기 중국 매출이 일제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냈다. 이들 호텔 체인이 발표한 2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수익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인 ‘객실당 매출’과 ‘평균 일일 객실 요금’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윈덤과 IHG 그룹은 객실당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7% 감소했고 힐튼과 메리어트, 하얏트는 3~5% 하락했으며 아코르(Accor)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SCMP는 전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이들 6개 호텔 체인의 수익성 지표가 동반 하락한 곳은 중국뿐이라며, 현지 여행업계 전문가를 인용해 수익 감소의 이유를 “올해 기업 여행의 규모와 비용 감소로 인한 큰 타격”이라고 전했다. 왕 교수는 첨단기술 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 제재를 예로 들어 “이러한 징벌적 정책으로 인해 다른 국가가 중국에서 분리될 수 있다”며 “미국의 엄격한 요구 사항을 고려하면 중국과의 사업은 미국 시장에서 퇴출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OAG 분석에 따르면 2019년 미-중 항공 노선은 1만 7천 편이었으나 올해는 5천 편 미만에 머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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